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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작문 주제 : 강남스타일  

한스 아르프 - 우연에 의한 콜라주

1920년대, 전쟁에 환멸을 느낀 예술가들이 중립국 스위스에서 새로운 예술 운동을 전개한다. 이들은 인간의 합리성을 부정하고 전통적인 예술적 가치를 거부하며 이를 모욕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훗날 잭슨 폴록과 살바도르 달리 등에게도 영향을 미친 다다이즘이다. 피카소, 칸딘스키, 마르셀 뒤샹으로 대표되는 이 다다이스트들은 숙련에 따른 예술성보다 우연의 효과에 의존했다. 다다이즘의 ‘다다(dada)’란 말도 사전을 펼치다 우연히 발견한 단어를 사용했을 뿐이다. 한스 아르프는 양면 색종이를 잘라 바닥에 떨어뜨린 뒤 배열된 모습 그대로 작품을 완성했는데, 즉 다다이스트들은 어떤 목표를 갖고 시간과 노력을 들인 필연적 결과가 아닌, 우연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만 흥할 줄 알았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UK 차트 1위까지 하는 등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도 예상 밖의 일이다. 녹음을 하고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부터 이 노래가 외국인들에게 열렬한 주목을 받을지 싸이가 알았겠는가.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의외의 호응이었다. 의외라는 말로 싸이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잭슨 폴록이나 뒤샹의 예술성을 비웃지 않는 것처럼, 싸이의 필연적이지 않은 이 국제적 성공은 오늘날 이른바 ‘한류’를 노리고 양산하는 대중문화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한류를 전파하겠다는 목적으로 SM, JYP와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에선 어릴 때부터 가수가 외국어 교육을 받도록 하고, 앨범도 영어, 중국어 버전 등으로 내며 해외에서 콘서트를 주최하는 등 해외 진출을 위한 숙련을 거듭 해왔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노력을 보상할 만한 큰 결실은 얻지 못했다. 같은 동아시아권 나라에선 규모의 팬덤을 형성했지만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문화강국이라고 불리는 서방권에선 실패한 전례가 있다. JYP에선 원더걸스와 임정희가 미국에서 씁쓸한 성과를 거둔 채 한국으로 돌아왔고, SM은 파리에서 공연까지 했지만 세간에선 언론의 극찬은 좀 과장된 반응이었다고 평가한다. 그토록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진출했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가수도 싸이만큼 해외에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이런 사례를 싸이의 이번 성공과 비교해봤을 때, 결국 대중문화의 전파는 수용자가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진가를 발휘한다는 냉정한 결론이 나온다. 즉 창작자의 어떤 큰 이상이나 의도만으론 수용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한계가 있다. 또한 지금까지 ‘한류’라는 명목으로 등장한 문화 콘텐츠들이 문화적 성격보단 상업성에 치중한 기준으로 평가되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문화와 산업을 동떨어진 개념으로 볼 수는 없으나, 상업적 성공과 그저 해외 미디어에 출연하는 정도의 인지도가 정말 ‘한류’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기준은 ‘한류’를 문화 그 자체가 아닌 국위선양의 수단으로만 인식하게 만들 뿐이다. 유투브에 올라온 영상들을 보면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보며 폭소를 터뜨리는 해외 반응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들은 싸이의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춤을 따라 하기도 하며 뮤직비디오를 거듭 돌려본다. 단지 이러한 반응을 이끌어내고자 했던 싸이의 노래가 해외에 ‘한류’를 알리는 예기치 않은 효과를 만들어냈다.

우연의 힘을 믿었던 다다이즘은 초현실주의와 오늘날 추상표현주의에 대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다다이스트들이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 이들의 작품이 그만큼 세계적으로 많은 예술가들에게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싸이 ‘강남스타일’이 서방권에 미친 뜻밖의 호응도 싸이 본인의 매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화를 교류하는 힘은 바로 콘텐츠가 가진 그 자체의 매력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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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피드백 : '우연'이라는 단어와 '의도하지 않음'의 표현 차이. 즉 '우연'이라는 단어에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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