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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M to M

[한국영화] 우는 남자, 우는 관객

우는 남자, 우는 관객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엔 잔인한 영화는 좀 피하고 싶다. 폭력적인 장면에서 쾌감을 느낀 적이 한번도 없어서다. 하지만 폭력성과는 별개로 합이 잘 짜인 액션씬에서 시원한 해소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면 원빈의 <아저씨>. 만약 이 감독의 전작 <아저씨>를 기대하고 <우는 남자>를 볼 사람들이 있다면 비추하고 싶다. 더 잔인해지긴 했지만 쌈마이 액션은 전작보다 못하다. 이동진의 말대로 <우는 남자> 최대의 적은 <아저씨>일 것 같다.


우는 남자 (2014)

6
감독
이정범
출연
장동건, 김민희, 브라이언 티, 김희원, 김준성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16 분 | 2014-06-04

대체 언제까지 영화에서 '고독한 킬러'를 만나야 할까. 왜 세상 모든 킬러는 애정결핍일까. 장동건의 극중 이름인 '곤'조차도 전위적이다. 이 감독의 목표가 참신한 설정이나 개연성은 개나주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폼 한번 잡아보는 거라면, 관객이 점점 지쳐간다는 것도 고려했어야 했다. 여기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각자 캐릭터가 발휘할 수 있는 폼을 최대치로 잡는다. 관객들은 영화가 전개되는 양상보단, 이 등장인물들이 시종일관 보여주는 극적인 행동에 긴장한다.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영화 자체도 과했지만 애초에 전작의 흥행에 기댄 감독의 과욕이 이 사태를 불러온 것 같다. 언제쯤 동네 야채가게 아저씨처럼 넉살좋은 킬러를 만날 수 있을지.


내 머릿속에 장동건은 얼굴도 잘생겼지만 연기도 잘한다는 이미지였는데, 그걸 무참하게 깨준 영화가 <태풍>이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보여준 것과는 달리 장동건은 언제부턴가 무게잡는 역할만 맡게 됐다. 이번 영화도 그렇다. 영화는 시종일관 장동건이라는 고독한 킬러가 얼마나 멋있는지 보여주고 싶어한다. 유년시절 어머니에 대한 상처로 모성애를 자극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어린 아이에게 자신의 어릴 적을 투영해 유독 아이를 죽인 것에 죄책감을 갖는 등 꽤 정교하게 '곤'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지만, 거리낌없이 청부살인을 저지르는 냉혹한(!) 킬러가 그 사건 하나로 180도 변하는 모습에서 관객은 어리둥절해진다.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연민이 어째서 김민희를 통해 나타나는지도 의문이다. 물론 전작 <아저씨>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개연성이 버린 패였다면, 이렇게 궁금해하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다.

그렇다면 액션은 어떨까. <아저씨>에서 호평을 받았던 주된 액션은 동남아시아에 널리 알려진 전통무술이었다. 비록 내용은 지극히 단순했지만 그 평범한 클리셰들 속에서 보여준 액션은 신선했다. <아저씨>의 흥행요소를 감독이 잘못 파악한 것일까. <우는 남자>에선 총질만 난무한다. 뻔한 스토리에 뻔한 등장인물들, 거기다 뻔한 총격씬이 나오는데 어디서 흥미를 느껴야겠나. 이왕이면 스케일이 훨씬 큰 헐리웃 킬링타임용 영화를 보는 게 낫지.

 

이번 영화에서 장동건의 연기는 크게 나쁘지 않다. 영화 마지막 목욕탕 장면에서 보여준 장동건의 연기는 영화 통틀어 가장 좋았다. <내 깡패같은 애인>을 찍은 박중훈처럼, 언젠간 그의 어깨에 힘 뺀 연기를 보고싶다.

시사회 이후 김민희 연기에 대한 호평이 많은데, <화차>에 버금가는 연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모든 요소가 과잉인 이 영화 속에서 장동건만큼이나 평면적인 캐릭터였음에도, 그게 과하지 않았다. 아마 김민희 특유의 건조하고 서늘한 이미지가 한 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김민희를 보기 위해 <우는 남자>를 보는 것도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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