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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Text road

[발췌] 안철수를 읽는다

 


안철수를 읽는다

저자
김보협, 김외현, 성한용, 송채경화, 임석규 지음
출판사
한겨레 | 2012-08-13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안철수는 과연 한국 정치의 메시아인가 2012년 대선의 향방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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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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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을 다뤄본 적이 없다는데 (p.57)

성한용 : ...지금 안철수에게 쏠리는 지지의 상당 부분은 메시아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은 박근혜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메시아'를 기대하는 이들은 '박정희 딸이니까 경제는 잘하겠거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박근혜는 그런 유권자들의 정서를 잘 이용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밑에서 어떻게 해야 나라가 잘되는지 배웠다고 말하는 식이다. 그런데 '박근혜 메시아'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민주당도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이 안철수야말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꿈꾼다. 일종의 '안철수 메시아'론이다. 하지만 이 기대는 거품으로 판명될 것이다. 왜냐하면 현실적 근거가 없는 이상론에 기대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력은 진화할 것인가 (p.64)

송채경화 : ...지금까지 파악한 안철수라는 사람은 따뜻하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무서울 수도 있는 사람이다. 설령 조정과 타협을 했다 하더라도 그 후엔 사람을 보듬고 위로해주는 융통성이 필요한데, 안철수가 그런 걸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후략)

성한용 : ...넓은 의미의 정치력은 정책 능력을 포괄한다...정책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정확히 발탁해서 기용할 수 있는 안목이 바로 정치력이다. 정치의 달인 김대중은 한반도 전문가이자 외교 전문가였다. 하지만 그를 경제 전문가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김대중의 '대중경제론'을 한번 읽어보라. 비현실적이고 엉망이다. 다만 이 책에서는 김대중이 경제정책의 큰 흐름과 방향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오랫동안의 국회의원 경험, 정치인으로서 전문가들과 했던 토론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철수의 정치 경험 부재는,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후략)

송채경화 : 어쨌든 대통령이란 자기 철학과 노선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손학규, 문재인을 예로 들며) ...그런 실패를 경험해야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다. 대통령의 자리는 '연습'을 하기에는 너무 막중한 자리가 아닌가. (후략)

출처 : 연합뉴스

명예욕과 권력의지 사이에서 (p.85)

송채경화 : ...하지만 명예욕은 상당한 것 같다. 권력 쟁취에 모든 것을 걸고 혼신의 힘을 다할 사람은 아니지만, 세상에 뭔가를 남기고 싶어하고 남들에게 존경받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략) 세상에 도움을 주고 자신이 해왔던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걸 상당히 중시하는 것 같다. 대통령직도, 권력에 대한 의지보다는 자기 말고 할 사람이 없다면 나라를 잘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의 일환에서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다.

임석규 : ...조금 다른 측면에서, 안철수에게는 정치적 자질이 있다. 그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낯이 두꺼운 사람이다. "인생의 전환기마다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얼마나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결정을 내렸다"고 성인군자인 양 천연덕스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정치인 말고는 많지 않다. 그가 하는 말들은 보통 사람이 했다면 굉장히 재수 없고 오만불손해 보일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안철수의 경우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 (중략) 대중들은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그가 낯 두껍고 오만한 사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진정성 있고 진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진정성 있게 보이는 능력이 안철수의 힘일 것이다.

그는 정치를 이해하고 있을까 (p.92)

송채경화 : 별로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고 본다. 물론 안철수가 CEO였을 땐 민주적으로 회사를 운영했다고는 하지만, 기업이 민주적인 절차를 온전히 밟아나갈 수 있는 곳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명박 또한 CEO였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다. CEO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할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민주적인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빨리빨리 결정하는 게 더 중요한 자리다.(후략)

성한용 : ...안철수는 정치의 중요성에 대해선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중략) 최근에는 안철수재단 발족을 비롯해서 공적 분야에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일을 해보려고 했다. 가치과 비전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경험이다. (중략) 이를테면 안철수의 논법대로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라면 얼마나 쉽겠는가. (중략) 현실정치에선 선의로 출발했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고, 반대로 나쁜 의도로 출발했지만 결과가 좋을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경험이 중요한데, 그게 없어서 걱정이다.

진정성인가, 기획인가 (p. 105)

임석규 : (중략) '안철수의 생각'에서는 의도가 아닌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나는 진정성과 기획이 섞여 있다고 본다. 물론 안철수는 기본적으로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막스 베버가 말했듯, 정치에서는 선한 의도가 도리어 악한 결과를 낳곤 한다. ...아무리 진정성이 있더라도 결과가 나쁘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정치다. 다만 국민들은 안철수의 진정성을 믿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그는 진정성 있게 보이는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는 셈이다.

성한용 : (중략)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안철수가 솔직하고 담백한 사람이냐, 아니면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능한 사람이냐, 이 문제는 우리가 결론을 내리기 쉽게 않겠다.

임석규 : 진정성에 기획이 들어가면 안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기획이 들어간 순간, 안철수는 나쁜 놈이 되는 건가? ...기획이 개입되지 않는 정치란 없다. 정치판에서 기획이 없는 진정성은 허망한 것이다. 정치를 영혼으로만 할 수는 없다.

안철수 현상, 어디서 왔을까 (p.119)

송채경화  : (중략) 이런 현상을 거품이라고 보진 않는다. 그 기저에는 20~30대들의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노무현에게 열광했다가 실망했던 경험들이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정당정치란 민주주의의 절차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인데, 안철수가 나타나면서 모든 민주주의의 과정을 없애버린 채 그가 대통령이 되면 모든 걸 바꿔줄 수 있다는 환상이 생겨버린 것이다. 내가 세상을 바꿔나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활 정치가 뿌리내리지 못한 채, 특정한 사람이 모든 것을 바꿔줄 수 있다는 생각은 민주주의의 후퇴라고도 볼 수 있다. (후략)

임석규 : 나는 안철수 현상이 전 지구적인 극단적 양극화에 대한 반발이라고 본다. 특권층에 대한 분노, 그리고 이에 반대되는, 나도 그걸 누려보고 싶다는 성공에 대한 갈망, 이게 응축되어 나타난 것이 안철수 현상이다. 어찌 보면 배 아픔과 배고픔의 결합이다. 거기에다 배 아프고 배고픈 현실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가 결부되면서 이 에너지는 굉장히 세고 단단해졌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