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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Visual road

[전시] The moist land of Africa

 

 

폭력과 가난으로 얼룩진 아프리카

내 머릿속에 있는 아프리카엔 더이상 어릴 적에만 그려왔던 세렝기티 초원과 사자, 얼룩말 등의 동물들이 없다.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 눈물'을 보고 또 곳곳에서 아프리카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난 뒤 내게 있어 아프리카는 흙먼지 바람에 총성이 들리는 나라다. 사람이 닿는 곳에 분쟁이 없을 수가 있나. 국민이 유유자적하며 사는 나라는 사실 유토피아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다만 이런 허무하고 비관적인 생각들보다, 그런 갈등들이 사실상 가난의 폭력만 낳을 뿐 보편적인 가치로의 진보는 아니라는 점이 더 씁쓸하게 다가온다. 물론 이건 엄연히 타국인인 내 시점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아프리카 주민들이 깨끗한 물조차 구하기 어려워 생명을 위협받는 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2010년 대우증권에서 유니세프와 함께 프로모션했던 '구정물 자판기'는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해주기 위한 기부 캠페인이었다. 천원으로 구정물 한 병을 사면 대우증권이 여기에 구천원을 더해 일인당 총 만원을 유니세프에 기금하는 식이다. 구정물을 산 사람은 이걸 어디에 써야하느냐로 비난을 받긴 했지만 이와 비슷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아프리카 주민들을 이해하고 공감해보자는 의미에선 좋은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에서도, 아프리카에 식수가 부족한 환경을 고려해 만든 여러가지 독창적인 디자인 제품들이 소개되었다. 대표적으로 'Q드럼'은 물을 긷기 위해 먼 길을 걸어 또 힘들게 가져와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제작된 물 드럼통이다. 그 외에 구정물을 깨끗한 식수로 정수해줄 '라이프스트로우' 등이 있다.   

 

 

 

 

앞서 소개된 두 캠페인과 동일한 주제로 열린 "The moist land of Africa". 홍대 KT&G 상상마당 디자인스퀘어에 작은 한 칸을 둔 이 전시는, 식수가 부족한 아프리카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강하다. 월드비전과 연계해 커뮤니케이션 우디가 주최한 이번 전시는 국내외 작가들과 빌리프, 상상마당 등의 단체가 협력해서 진행했다. 입장료는 없지만 메모북과 씨디를 오천원에 사면 우간다의 Budumba 마을에 우물을 지어줄 돈으로 기부된다.

 

 

 

금방 돌아보고 끝나는 소규모 전시지만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과 비디오아트까지 더해져 컨텐츠가 탄탄하다. 작품들은 아프리카의 어려운 환경을 표현한 메시지에서부터, 실질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재미있게 고안한 디자인까지 무겁고도 가벼운 분위기가 특징이었다.

특히 오천원만 기부하면 받을 수 있는 메모북과 빌리프에서 제작한 음악씨디는 오천원으로 사기 미안할 정도로 섬세하고 꼼꼼하다. 작가들과 여러 사람들의 응원메시지와 그림이 실린 메모북은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촉구하는 동시에 실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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