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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M to M

[잡식] 최근에 본 영화들

중간고사가 끝났으니 이제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올해 들어서 영화를 보고 난 뒤 제대로 된 감상을 쓴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2013)

Jiseul 
9.1
감독
오멸
출연
이경준, 홍상표, 문석범, 양정원, 박순동
정보
드라마 | 한국 | 108 분 | 201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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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딩 영화는 아무쪼록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영화. 많은 곳에서 평하듯이 <지슬>은 한 편의 위령제와 같은 영화다. 거창한 정치적 의도나 역사 의식 대신, 슬픔을 함께 나눈다는 소박한 의도가 전해진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기발하지 않지만 연출은 마치 회화 한 폭을 보듯이 유려하다. 감독 본인이 회화전공이라 그런지 흑백의 제주도 풍경에서 슬픈 영상미가 느껴졌다. 제주도라는 섬 그 자체를 전통설화와 더불어 어머니의 몸. 여자의 곡선처럼 그려낸 장면들은 아름답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데올로기란 게 그렇게 중요할까? 때때로 이데올로기는 너무나 잔혹한 행위까지도 정당화하는 인간의 오만한 발상으로 보인다. 물론 제주 4.3사건의 희생자들은 대부분 민간인이었고, 이데올로기라기 보단 잔인한 광기에 가까운 학살이었지만. 한편 이러한 역사를 재조명하고 인간성을 회복하고자하는 움직임 역시 이데올로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인류가 지금까지 착한 이데올로기, 나쁜 이데올로기를 구분할 수 있었는지는 의심스럽다. 마치 식품 분류하듯이 좋다 나쁘다가 명백한 성질도 아니며, 오히려 올바르다는 판단 하에 희생을 당연시했던 일도 있지 않나. 그래서 나는 아직도 그 이데올로기란 게 거북스럽다. 나 역시 그 영향권 안에 살고 있겠지만 그조차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한 단어다.

<지슬>은 꽤 후유증이 큰 영화였는데, 그래도 꽤 보람이 있었다. 적어도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나도 위령제에 참여해 그분들의 명복을 빌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현실적으로 무력함만 안겨주는 그 외 리마인딩 영화들보다 더 만족도가 높은 이유.

 

 


아이언맨 3 (2013)

Iron Man 3 
7.9
감독
쉐인 블랙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돈 치들, 가이 피어스, 벤 킹슬리
정보
액션, SF | 미국 | 130 분 | 2013-04-25

 

신기하게도 내가 본 블록버스터 영화에는 대개 3편의 징크스가 있다. 캐리비안 해적 3 - 세상의 끝은 조니뎁이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원맨쇼였고, 엑스맨 3는 모두가 동의하듯이 수많은 뮤턴트들을 병풍으로 만들어버린 파이널이었다. 트랜스포머3는 사실 2편에서도 망작의 기운을 예고했었지만, 지루한 런닝타임과 미국식 가족주의가 망쳐놓았다. 뿐인가. 스파이더맨3는 그나마 마크 웹의 리부트로 금방 잊혀졌지만 심하게 역변해버린 피터와 아무래도 좋을 악역들로 인해 싱거운 결말이 나고 말았다.

지금까지 실망하지 않은 트릴로지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베트맨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정도. 하지만 이제 여기에 아이언맨을 하나 더 추가해본다. 후속편이 더 나올지는 아직 미정이긴 한데, 여기서 끝내는 게 가장 유종의 미를 갖춘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2편에서 조금 실망을 했던 터라...서사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엄청난 공을 들인 것이 느껴져서 더욱 이번 3편이 마지막이 아닐까하는 확신이 들었다. 특히 마치 관객과 스텝들에게 헌정하듯 만든 엔딩 영상은 반지의 제왕 3편이 끝난 뒤 그동안의 제작 스케치를 보여주던 엔딩 영상을 봤을 때와 비슷한 기분. 길고 험난했던 대장정이 끝났다는 감회가 담겨있었다.

 

 

가이 피어스가 어디에 나왔던가 했는데 프로메테우스와 메멘토에서 봤었다.

자비스 같은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홀리 모터스 (2013)

Holy Motors 
7.5
감독
레오스 카락스
출연
드니 라방, 에바 멘데스, 카일리 미노그, 에디스 스콥, 잔 디슨
정보
드라마 | 프랑스, 독일 | 115 분 | 201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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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스 카락스의 화려한 재기라고들 평하지만 사실 초반부부터 당황스럽다. 뚜렷한 서사가 없다는 걸 감안하고 보지 않는 이상 나처럼 멍청하게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맥락을 잡아보려고 애쓰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자신이 없다면 그냥 편한 마음으로 보다가 집에 돌아와서 평론가들의 평을 읽어보는 게 더 좋을 수도. (읽고 나면 적어도 돈을 날렸다는 기분은 들지 않을 것이다)

 

제일 좋았던 부분. 이 부분만 다시 보고 싶다.

 

평론을 무시하고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이 영화에선 인간의 삶에 대한 냉소가 느껴진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누군가의 삶을 그대로 모방하고 살고 있지 않은지. 끊임없이 누군가의 껍데기를 등에 지고 살아가는 헐벗은 인간이 생각났다. 드니 라방이 리무진 안에서 구걸하는 거지, 걸인, 딸을 걱정하는 아빠, 죽어가는 삼촌, 암살자 등으로 변신하듯이. 나는 하나의 몸뚱이에서 누군가의 어린 동생으로, 여자친구로, 막내딸로, 선배로, 후배로 변신한다. (큐티하니도 아니고...)사회에서 호명되는 이름에 따라 수십가지의 모습을 베끼는 인간의 삶이란.

 

 

 


에반게리온 : Q (2013)

Evangelion: 3.0 You Can (Not) Redo 
5.6
감독
안노 히데아키, 마사유키, 마에다 마사히로, 츠루마키 카즈야
출연
오가타 메구미, 하야시바라 메구미, 미야무라 유코, 사카모토 마아야, 미츠이시 코토노
정보
애니메이션, SF, 액션 | 일본 | 96 분 | 2013-04-25

 

에반게리온에 입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로선 그저 좋았다는 감상 밖에..아스카 원톱 영화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비중이 제일 많다. 오리지널에선 나오지 않은 4th 임펙트가 갑자기 터지고 역시나 신지는 중요한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14년을 훌쩍 뛰어넘더니 미사토는 예뻐 죽던 신지를 죽일 듯이 쳐다보지 않나 리츠는 스포츠컷을 하고 나오질 않나 레이는 서드 임펙트 때 죽은 게 기정사실화...그러고 보면 Q는 후속편을 위한 떡밥 뿌리기가 아니었을까.

 

 

카오루 너를 내 2D 남친으로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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