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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M to M

[드라마] 더 헌트



더 헌트 (2013)

The Hunt 
8.9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
출연
매즈 미켈슨, 토마스 보 라센, 수세 볼드, 아니카 베데르코프, 라세 포겔스트룀
정보
드라마 | 덴마크 | 115 분 | 201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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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이 울렸고 사슴은 비명 없이 주저앉았다. 숨이 죽은 사슴의 눈은 빠르게 텅 비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영문을 모르는 눈이었다. 

영화 <더 헌트>에서 루카스는 총에 맞은 사슴이다.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이 그에겐 갑작스럽다. 총성이 울린 뒤부터, 사실상 루카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재앙같은 기습이 그를 덮쳤고 그는 속절없이 어둠 속에 잠겨 버렸다. 



영화를 본 뒤 우리는 집단의 폭력이나 인간의 야만성 등을 떠올리며 혐오를 느낄 수 있다. 영화에서 그에게 가해지는 부당함은 분노를 일으킨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주제의 영화들이 그렇듯이, 관객의 분노는 영화 끝에 가서도 쉬이 풀어지지 않는다. 대중, 혹은 집단의 광기를 다룬 영화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은 <더 헌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억울한 주인공의 추락과 복권은 전부 그 집단의 자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루카스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린 것도 집단이며, 넓은 아량으로 그를 다시 공동체에 받아준 것도 집단의 결정이다. 영화 내내 주인공의 몸부림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 영화가 끝나도 후련하지 않다. 

가장 두려운 상황은 더 이상 '진실'이란 게 아무 의미도 없어지는 때다. 영화에서 "1년 후"는 어쩌면 루카스에겐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 시기다. 그 누구도, 심지어 루카스조차 사건의 진실에 대해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다. 그가 뭘 할 수 있을까. 아무도 믿지 않는 진실을 주장하며 고립되는 것? 차라리 억울한 거짓에 백기를 들고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기를 원했을 것이다. 진실의 힘은 약했고, 집단의 폭력은 너무 강했다. 하지만 진실을 포기한 순간부터 루카스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 


너 이....브리오니같은 것..


이것을 현실과 견주면 날카로운 비판과 탄식이 나오겠지만. 이 영화에선 왜 그것조차 의미가 없어보일까. 어린애의 뺨을 갈기고 싶은 심정에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루카스에게 총을 쏜 사냥꾼은 클라라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왜곡된 시선이 그 애에겐 또다른 폭력이 된다. 

아마 <더 헌트>에서 우리가 되짚어야 할 점은 집단의 광기가 아닌, 약자를 향한 낭만적 감상이 아닐까. 어린애는 거짓말을 못한다는 어이없는 낭만이 사슴의 숨을 끊는 총성이 되듯이. 현실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갖는 막연한 감상은 집단의 광기보다 더 경계해야 할 화약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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