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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Text road

[추리]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베스트 9)

저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출판사
해문출판사 | 2002-12-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에서 포와로 탐정이 독살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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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즈 저택의 죽음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첫 장편이자, '안락의자의 명탐정' 포와로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스타일즈 저택을 둘러싼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요. 재력을 이용해 모든 사람들을 컨트롤하고자 했던 한 여인의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잉글소프 노부인이 살해되면서 시작됩니다. 잉글소프 노부인은 스타일즈 저택의 주인인 동시에, 마을의 망명높은 자산가이기도 하죠. 그녀는 존 캐븐디시와 로렌스 캐븐디시 형제의 계모이기도 합니다. 존 캐븐디시에겐 메어리라는 아름다운 부인이 있습니다. 또한 잉글소프 노부인은 최근 앨프레드라는 젊은 남자와 재혼을 했답니다.

 

이 스타일즈 저택엔 이 가족들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잉글소프 노부인의 후원을 받고 있는 신시어 머도크, 잉글소프 노부인의 말동무로 오랜시간 살아온 에블린 하워드가 있지요. 또한 때때로 스타일즈 저택을 방문하는 바워스타인 박사도 있습니다.

 

이 7명의 등장인물들이 잉글소프 노부인 살인사건의 용의자이기도 합니다. 단 한 명의 자산가에게 오랜 세월 금전적으로 의지해온 기이한 집안 환경이 결국 살인을 부르게 된 거죠.

 

1차 세계대전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첫 장편작임에도 전혀 고루하지 않고, 아주 정교한 추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의 주된 살인 수법ㅡ독약(스트리크닌)을 잘 활용한 작품이기도 해요.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와 거기서 비롯된 범죄 등, 서스펜스가 기막히게 펼쳐지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작하면 꼭 언급되는 작품이죠.

 

이야기는 전적으로 헤이스팅스의 시점입니다. 헤이스팅스는 스타일즈 저택의 장자인 존 캐븐디시와 아는 사이라 우연히 그곳을 방문하게 됩니다. 거기서 또 우연찮게 포와로를 만납니다. 굉장히 반가워하는 눈치로 보아, 이미 예전부터 포와로와 일련의 콤비를 이룬 적이 있단 걸 알 수 있습니다.

  

포와로의 등장

 사실 포와로는 첫 등장부터 이미 꽤 노쇠한 장년으로 나옵니다. 그는 젊은 시절 벨기에에서 유능한 형사로 활약하다가 영국으로 망명하는데요. 이때 여러모로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잉글소프 노부인입니다. 포와로에겐 잊을 수 없는 은인인데, 그런 은인이 살해당하자 포와로도 통탄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추리에 관여합니다.

 

참고로 포와로가 사건 현장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추리를 하는 건 이때가 거의 유일합니다. '안락의자의 명탐정'이란 수식어에 맞게, 포와로는 주로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이 물어다 준 얘기를 바탕으로 살인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죠. 예의 그 '회색 뇌세포'를 예찬하면서요. 근데 사실 뇌세포는 모두 회색이랍니다(...)

 

이런 스타일이 셜록 홈즈와 대비되는 면이기도 합니다. 셜록 홈즈는 필요하다면 영국 전역을 종횡무진하며 돋보기로 현장을 꼼꼼하게 살피는 스타일이죠. 반면 포와로는 그런 걸 기피하다 못해 질색합니다. 언젠가 헤이스팅스가 이를 지적하자 포와로가 "나더러 길바닥의 부스러기나 찾는 참새가 되라는 건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에선 사건 현장을 아주 세세하게 들여다 봅니다. 초기작품이다 보니, 점점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점차 캐릭터를 굳혀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셜록 홈즈가 애거서 크리스티보다 몇 년 더 앞선 명작이라 일종의 차별화가 필요하지 않았을지 짐작해봅니다.

 

Lyndon hayes http://www.lyndonhayes.co.uk

  

뚜쟁이 속성?

앞으로 포와로가 나오는 추리소설을 리뷰하다 보면 자주 나오겠지만, 그는 뚜쟁이라는 부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건 아니고, 하도 작품마다 등장인물들을 커플로 이어주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제가 붙인 별명입니다. 심지어 <골프장 살인사건>에선 헤이스팅스가 평생 가약을 맺을 여성을 만나게 해주죠.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에서도 예외없이 이러한 뚜쟁이 속성을 드러냅니다.

 

포와로 스스로 연인을 찬양하기도 하고, 특히 마음이 여린 젊은 여성에게 몹시 친절하게 대하지만, 정작 이 여성들은 포와로를 이성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저 "유머러스한 분"이라 말할 뿐(...) 오히려 포와로의 특이한 수염과 달걀같은 머리모양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굴욕.

  

헤이스팅스

아서 헤이스팅스는 마치 셜록 홈즈의 왓슨처럼 포와로를 따라다닙니다. 그래도 왓슨은 군의관 출신이고 작품 내에서 셜록의 오른팔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헤이스팅스는 사실상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영국 육군 소속이었지만 세계 대전 당시 부상을 입고 대위로 전역하여 꽤나 심심한 생활을 보냅니다. 그러다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에서 옛 친구 포와로를 만나게 되고, 이때부터 종종 포와로와 사건에 휘말립니다. 예전부터 포와로를 알고 지낸 걸로 보아 작중 헤이스팅스 역시 나이가 꽤 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재능도 없고 오히려 포와로의 일을 망치는 경우도 있지만, 포와로가 그를 얼마나 가장 아끼는 친구로 여기는지는 작품 곳곳에 드러납니다. 사실 포와로는 엄연히 영국에 사는 이방인인데다 천재적인 두뇌에, 사람의 심리를 간파하는 예리함도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이 헤이스팅스란 남자는 매사 너무 정직한 데다 영국인 특유의 고집스러움과 고루한 면까지 갖추고 있단 말이죠. 주변 환경이 워낙 태평하다 보니 포와로와 함께 있으면 짜릿한 모험을 할 수 있다는 천진난만한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포와로 입장에서 보면 딱 '한심한 영국인'의 전형입니다만, 포와로는 그런 헤이스팅스를 아주 귀엽게 생각합니다.

 

헤이스팅스에 대한 포와로의 애정이 극에 달한 작품은 역시 <커튼>일 겁니다. 이건 아마 맨 마지막 리뷰가 되겠지만, 여기서 포와로는 사랑하는 친구 헤이스팅스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룹니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포와로의 무진한 노력을 헤이스팅스는 너무 늦게서야 알게 되죠...

  

Lyndon hayes http://www.lyndonhayes.co.uk

 

은근한 조력자

물론 표면적인 스탯으론 헤이스팅스는 거의 무능력에 가깝습니다만, 때때로 무심코 던진 말이 포와로가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잡게 되는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헤이스팅스 본인도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라는 거죠. 사건의 진상이 모두 밝혀진 뒤 헤이스팅스가 "포와로, 당신은 대체 그걸 어떻게 안 겁니까?"하면 포와로가 "자네가 말해줬지 않나, 이 친구야!"라고 말하는데, 그때가 되어서야 자기가 한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깨닫습니다. 심지어 그때조차 어리둥절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니 포와로가 안예뻐할 수가 없죠.

 

한편, 너무 정직한 그의 성품 때문에 포와로는 추리 도중엔 그에게 자세한 내막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속내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성품이라, 자칫 범인이 눈치를 챌까봐 그렇죠. 그런 것도 모르고 헤이스팅스는 종종 엉뚱한 추리를 해서 포와로에게 말해주는데, 포와로가(당연하게도) 귓등으로 듣고 흘려버리면 "포와로도 이제 늙었나보다"라며 우쭐해 합니다.

 

블론드 헤어 덕후

포와로가 모든 여성에게 친절하게 대한다면, 헤이스팅스는 블론드 헤어의 아름다운 여성에게만 한없이 친절해집니다. 아니, 거의 넋을 놓죠. 블론드 헤어가 그의 이상형인 것 같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그가 사랑에 빠지는 여성들은 대부분 다른 남자를 좋아하고 있거나 결혼한 상태입니다. (이것이 바로 포와로 효과?)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에서도 남편이 버젓이 살아있음에도 불구, 메어리에게 청혼했다가 단칼에 차입니다. 물론 즉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무례를 사과하지만 아무튼 블론드 헤어만 봤다 하면 거의 이성을 놓아버립니다. 덕분에 판단력도 흐려져서, 작중 그가 하는 의심들은 독자 입장에선 별로 믿을 게 못 됩니다. 그가 사랑에 빠진 여성들을 보면 대부분 얌전하고 고상한 성격인데 <골프장 살인사건>에서 결국 헤이스팅스와 결혼하게 되는 여성은 굉장히 대담하고 터프한 성격입니다. 물론 블론드 헤어구요.

  

다시,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

 

잉글소프 노부인의 독살을 둘러싼 7명의 용의자와 포와로&헤이스팅스. 여기서 주된 의문점은 딱 세 가지입니다.

 

1. 잉글소프 노부인을 죽인 독약은 어디에 들어 있었나?

 

잉글소프 노부인은 밤에 자다가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며 사람들을 부릅니다. 그녀가 사망한 뒤 사인은 스트리크닌 독살로 밝혀지죠. 그렇다면 이 독약은 대체 어디에 들어 있었을까요? 살인사건이 발생한 그날 밤, 잉글소프 노부인은 자기 전 커피와 코코아를 마셨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방에서 발견된 커피잔과 코코아에는 스트리크닌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범인은 대체 어느 경로로 그녀를 독살한 걸까요?

 

2. 잉글소프 노부인은 왜 유언장을 새로 썼나?

 

언급했다시피 잉글소프 노부인은 대단한 자산가입니다. 그 나이에 자선활동도 여러군데 할 정도로 정력적이죠. 게다가 그녀는 거느리고 있는 식구가 꽤 많습니다. 때문에 그녀의 유언장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걸 이용해서 잉글소프 노부인은 자기 식구들을 은근히 압박하기도 했죠. 

 

법적 순서대로라면 그녀가 죽은 후 대부분의 유산을 물려받을 사람은 그녀의 재혼한 남편인 앨프래드입니다. 그리고 스타일즈 저택은 그녀의 아들 존 캐븐디시의 소유가 되죠. 그런데 살인사건이 발생한 날, 낮에 잉글소프 노부인이 유언장을 새로 고쳐 썼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 유언장은 어디에 있으며, 그녀는 왜 갑자기 유언장을 새로 썼을까요?

 

3. 누가 앨프래드로 변장했나?

 

사실 잉글소프 노부인이 살해당하자마자 이 집안 사람들의 의심은 일제히 단 한 명의 인물을 향합니다. 바로 그녀의 재혼한 남편, 앨프래드 잉글소프죠. 그는 평소 집안 식구들에게 평판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전 남편의 아들인 존 캐븐디시는 말할 것도 없고 말동무인 에블린 하워드도 시종일관 그를 비난하죠. 헤이스팅스 역시 앨프래드를 보는 순간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하지만 헤이스팅스의 관점은 별로 믿을 게 못 됩니다....)

 

심지어, 마을 약국에서 스트리크닌을 산 남자가 앨프래드인 것으로 밝혀집니다. 약사는 그날 앨프래드가 와서 약을 사고 서명까지 했다고 증언하죠. 게다가 잉글소프 노부인이 죽은 그 시각, 앨프래드에겐 알리바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약사가 받은 서명과 앨프래드의 필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앨프래드의 평소 생김새가 누가 변장하기 딱 좋다는 점(콧수염, 모자 등)이 드러납니다. 즉 누군가 앨프래드로 변장해서 독약을 사갔다는 거죠. 그렇다면 대체 누가 앨프래드로 변장할 수 있었을까요?  

Lyndon hayes http://www.lyndonhayes.co.uk

 

저 세 가지 의문점을 풀다 보면 어느 정도 범인의 윤곽이 드러납니다.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곁가지를 쳐내고, 본질을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 곁가지가 너무 많다보니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기도 합니다. 물론 후반부로 갈 수록 포와로가 전부 해결해줘서 속이 시원해지죠. 책을 끝까지 다 읽은 후 다시 정독해 보면, 포와로가 계속 독자에게 힌트를 주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처음 읽을 당시엔 그게 힌트인지도 모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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