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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Visual road

[영상] COPY SHOP

 

 

미디어비평 전공수업시간에 인상깊게 본 단편영화.

오스트리아 감독 Virgil Widrich (피르길 비트리히?..)이 만든 영화로,

아카데미 어워즈에서 오스카상을 받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복사가게(copy shop)을 운영하는 한 남자가 우연히 자신의 손바닥을 복사하게 됩니다.

지문부터 주름까지 세세하게 실제와 똑같이 찍혀나오는 손바닥.

손 뿐만이 아닙니다. 남자는 자신과 똑같은 남자가 자신과 똑같이 정해진 시간에 침대에서 깨고, 세수를 하고, 길을 나서는 모습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남자와 판박이인 클론들이 늘어날 수록 관객들은 점점 뭐가 어떻게 될지 짐작하게 되죠.  

아이러니하게도 클론들 역시 서로를 보며 당황하고 신기해합니다. 이쯤되면 누가 맨 처음에 등장한 인물인지 구분도 안됩니다.

 

전개가 절정으로 치닫게 되면서, 클론 중 한명(혹은 원본)이 지붕 위로 올라갑니다.

판에 박힌 외형, 획일적인 동작들에서 벗어나 자신이 유일한 존재임을 증명하려는 듯 지붕 위에서 뛰어내립니다. 

 

우리에겐 이미 익숙해진 사실이지만. 무한 복제가 가능한 시대에 원본의 중요성은 별로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유일무이, 최초라는 수식어가 이젠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 겁니다. 벤야민을 이를 두고 예술작품의 '아우라'가 붕괴되었다고 했는데, 그 붕괴가 오히려 문화의 대중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루브르미술관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우리는 유일한 원본이기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았던 예술작품들을 이젠 PC바탕화면에서, 열쇠고리에서, 초콜릿 포장지에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다시 Copy shop으로 돌아와서, 지붕 위에서 투신한 남자는 과연 원본으로서의 아우라를 쟁취했을까요?

다른 클론들이 그 남자를 따라서 똑같이 지붕 위에서 뛰어내렸을진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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