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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M to M

[드라마] 쉐임Shame

 


셰임 (2013)

Shame 
7.5
감독
스티브 맥퀸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캐리 멀리건, 제임스 뱃지 데일, 니콜 비하리에, 해나 웨어
정보
드라마 | 영국 | 101 분 | 201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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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지독하고 건조한 중독
마이클 패스벤더를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의 자리로 이끌어준 영화 '쉐임'은 섹스중독증이 있는 남자의 이야기다. 여기서 마이클 패스벤더는 말그대로 전라 노출을 무덤덤하게 보여주고, 끊임없이 성적 쾌락을 원하고 또 그런 자신의 성향으로 스스로 괴로워하는 남자의 무미건조한 삶을 잘 표현했다. 이성의 몸을 탐한다기 보다는 그 자체의 쾌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영화 내내 주인공은 원나잇 이외에도 회사 화장실, 집 화장실에서 자위를 하는데, 이성과의 신체적 접촉이 좋다기 보단 성적 행위가 주는 그 쾌감을, 마치 스스로 주사하는 마약중독자처럼 몸이 계속 느끼도록 해줘야하는 것 같았다.

 

영화 첫 화면. 이 장면이 몇 초간 계속 나오는데 마이클 패스벤더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는 표정엔 주인공의 허무함이 잔뜩 묻어져있다.

 

 

 

 오빠 이마주름...흐규흑..

 

 

 

예고편에도 나왔던 장면인데. 여자는 이렇게 유혹만 해놓고 사라진다(...) 하지만 내용에 큰 비중은 없다.

 

 출근길에 마주친 모르는 여자한테도

 심지어 같이 근무하는 여직원에게도

그 여자의 벗은 몸을 상상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남자.

 

 독신인 남자주인공에겐 사실 여동생이 있는데, 성격이 정반대다.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이며 또한 그런 자신의 성격을 숨기지 않는 동생. 사실 남매라고 하기엔 둘 사이가 너무 미묘하다. 여동생이 알몸으로 샤워하던 모습을 봐도 서로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무안해하지 않는다. 서로의 맨몸을 보는 것이 아주 익숙한 것처럼. 둘 사이에 어떤 과거가 있었고, 그로 인해 남자주인공이 혼자 나와 따로 살고 서로 얼굴을 안보고 지냈던 것 같은데 영화에선 대충 사연이 있었다는 암시만 줄 뿐 자세하게 언급해주진 않는다.

화이트칼라의 오빠와는 달리 밤무대 가수로 일하는 감정적이고 불안정한 여동생으로 나온 캐리 멀리건.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영화 '드라이브'에서도 나왔는데, 통통하고 아담한 체형에 아기같은 얼굴이 묘하게 매력있다. '쉐임'에선 남자주인공의 일상에 큰 전환점을 주는 인물로 나온다.

두 남매는 똑같이 프리한 성생활을 하고 있지만 생활방식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반듯한 직장에 자기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아무튼 겉으로는 건실하게 생활하고 있는 남자와, 직업도 생활도 불규칙하고 항상 누군가에게 의존해야하는 여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여동생이 자신의 상사와 불륜관계가 되면서 남자주인공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남자가 화가 나는 건 여동생이 결혼한 남자와 잤다는 사실이 아니라, 매사 그런 식으로 자신의 삶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마는 여동생의 방식이다.

아마 여동생의 그러한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 제목 '쉐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섹스중독자 남자의 삶은 수치스럽다(Shame). 그런 자신의 치부를 들키기 싫어하고 스스로도 육체적 쾌락이 잠시 뒤에 가져다주는 공허함을 알고 있는 남자는,  여동생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섹스가 주는 육체적 쾌감 이외엔 정신적 교감도, 심리적 충만함도 느낄 수 없는 남자. 그런 섹스는 자위와 똑같이 배출하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 자신의 상황을 타개하고자 집에 있던 도색잡지며 야한 동영상이 들어있는 노트북 등등 다 갖다버리지만, '중독에서 벗어난다'고 마음먹자 오히려 정말 연인으로 발전할 것 같았던 여성과의 잠자리에선 몸이 반응하지 않는다. 그리고 원나잇으로 불러낸 여자와는 또 순조롭게(...)하게 되는데, 결국 남자에게 있어서 섹스란 감정이 거세된 육체적 단순반응에 불과한 것이었다. 오히려 매사 솔직하고 감정적인 여동생이 더 정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좀 어려운 영화라서 보고 또 보고 또 보았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야한 장면도 많긴 한데 에로티시즘을 자극할만한 영상이 아니라...주인공의 시각처럼 무미건조하다.

사람이 어떤 것에 과하게 탐닉을 하다보면 어느순간 그것은 그 사람을 빨아들이기만 할 뿐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자신을 잃어보고 나서야 중독을 경계하게 된다. 그래도 끊을 수 없을 때 수치(Shame)로 전락하는 중독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방법은 열려 있다. 중독은 매순간 우리에게 시험을 주므로 그것을 견뎌내면 된다.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이 지하철에서, 바에서, 회사에서 마주치는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욕구를 느끼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순간이 닥쳤을 때 그 욕구를 뿌리치는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단순하면서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순간 자신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하는데. 아쉽게도 나 역시 중독을 잘 이겨내 본 경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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