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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M to M

[공포] 프랑켄슈타인(1995)

 


프랑켄슈타인 (1995)

Mary Shelley's Frankenstein 
9.5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케네스 브래너, 톰 헐스, 헬레나 본햄 카터, 에이던 퀸
정보
공포, 로맨스/멜로 | 영국, 일본, 미국 | 123 분 | 1995-00-00

알고보면 심오한 만화였던 두치와 뿌꾸

 

 

마빈 박사의 실험으로 현대에 나타난 드라큘라, 미이라, 프랑켄슈타인 등이 두치를 만나 마빈 박사의 횡포에 맞서는 것이 '두치와 뿌꾸'의 중심 줄거리다. 사실 워낙 오래 전 기억이라 자세한 이야기는 잊어버렸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두치와 뿌꾸'의 에피소드는 미라의 사랑 이야기. 추한 몰골이라 항상 붕대를 칭칭 말고 눈만 빼꼼 내밀고 다니던 미라가 인간 여자를 짝사랑하게 된 에피소드였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느냐는 기억에 없지만 아마 잘 안됐었고...^_ㅠ 아무튼 가슴 졸이며 안타까워하던 미라의 2D 표정만이 선명하다. 

'두치와 뿌꾸'는 알고보면 꽤 심오했다. 전통적으로 공포영화에서 기괴하게 차용되어오던 괴생물체, 초현실적 정체에게 휴머니즘을 입히고 반대로 인간을 악역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이들을 정상사회로부터 소외된 아웃사이더로 그림으로써 무섭다고만 생각해오던 단순한 캐릭터에 연민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타자들(others)의 이야기다.

 

 

메리 셸딘의 '프랑켄슈타인'도 타자들의 관점에서 달리 해석해볼 수 있다. 지식에 미쳐서 시체를 이어붙여 생명체를 만든 닥터 프랑켄슈타인과, 영문도 모른 채 태어나 추한 외모 때문에 인간 사회에 흡수될 수 없는, 이름도 없는 생명체. 둘 중 누가 잔인하고 가여운가? 닥터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이 한 짓에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최소한 돌아갈 곳이 있었다. 따뜻한 가족과 사랑하는 연인이 기다리는 그곳에서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것조차 한낱 지식의 열병으로 치부하고 위안받는다. 그럴 동안 괴물(the thing)은 그 따뜻한 인간사회를 갈망했지만,  비정상적인 체형과 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며 숲속에서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꽃을 든 소녀가 꽃을 호수에 던지는 것을 보고 자신도 소녀를 호수에 던져버리는 행위(소녀가 꽃처럼 아름답기 때문에), 우연히 숨어든 집에 살던 가족들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들을 위해 몰래 장작을 패주는 일련의 행동들에서 우리가 괴물에게 느끼는 감정은 공포보다는 따뜻한 친근함이다. 우리는 그가 어눌하게 말을 익히는 것을 지켜보며 그의 인간사회로의 발걸음을 정감있게 바라본다.  
하지만 괴물이 창조주와 조우했을 때 듣게 되는 말은 "넌 죽어야 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창조주로부터 외면을 당한 그가 좌절하다 못해 분노하게 되는 그 과정이,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닥터 프랑켄슈타인의 슬픔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다.

 

원작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18세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 와서 반향을 일으킨 것도 소설 속 괴물의 존재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을 정의할 수 있을까. 혹은 개인의 사회적 관계나 지적, 물적 재산으로 주체를 파악할 수 있을까. 무엇이 비인간을 판단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보는 존재가 바로 닥터 프랑켄슈타인과 그 괴물이다.
한편 마르크스주의 비평에선 흉한 외모를 가진 괴물이 자신을 꾸밀 여유조차 없는 무산계급을 상징한다고 보기도 한다.

메리 셸딘의 '프랑켄슈타인' 소설은 에드거 앨런 포우와 동시대의 대표적 낭만주의 작품이다.  낭만주의 고딕 소설은 몇 가지 공식을 따르는데 특히 미지의 영역. 이국적이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가 배경이며 초현실적 생물체가 등장하고, 비논리적이며 직관과 감성을 중시한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알 수 있듯이 낭만주의 운동은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메리 셸딘이 프랑켄슈타인 소설의 배경이 스위스 혹은 독일인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양식을 95년작 영화에서도 따르고 있는데, 헬레나 본햄 카터의 격앙된 감정표현이 지금 보면 다소 어색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묘미는 출연진이 매우 화려하다는 것. 로버트 드 니로는 말할 것도 없고 헬레나 본헴 카터, 톰 헐스(아마데우스), 케네스 브레너(훗날 해리포터에서 록허트로...흐흑)의 열연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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