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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M to M

[음악] Slipknot

요즘같이 더운 날엔 밖에만 나가도 몸이 금방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진다. 가뜩이나 열기에 눌리는데 쳐진 음악까지 들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더위에 짜증이 치밀대로 치민 상태에서 브로콜리 너마저나 가을방학의 노래가 들어올 리가 없다-물론 평소에 무척 좋아하는 밴드긴 하지만. 결국 오랜만에 메탈덕후나 되보자는 마음으로 콘과 마릴린 맨슨, 스테틱 엑스 등등의 대표곡들을 들었다. 비록 뭐라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아 씌원해!!!! 그 중에서도 슬립낫이 역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느낌이 있다. 듣다보면 내가 더위에 맛이 간 건지 슬립낫이 광기에 맛이 간 건지 구분이 안 간다. 게다가 코리 목소리도 멋있음(...)

 

Slipknot 

슬립낫은 95년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결성됐다. 밴드 인원은 총 9명인데, 보컬 코리 테일러부터 시작해서 드럼, 기타, 전자 키보드(샘플링) 등은 여느 밴드와 다를 게 없으나 퍼커션이나 턴 테이블 포지션까지 합해 기가막힌 하드코어를 만들어낸다. 슬립낫의 음악을 데스메탈이라고 평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음악은 생각만큼 기괴하거나 음침하지 않다. vermillion이나 wait and breed 같은 음악은 감수성이 충만한 코리의 정상적인(...)목소리를 구경할 수 있고, 슬립낫 노래 중에 음울하고 느린 템포의 음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종교적이라든가 어떤 숭배의식을 담고 있지도 않다. 보통 슬립낫은 콘이나 롭 좀비와 함께 뉴메탈로 분류되곤 한다. 뉴메탈의 기준이 되는 요소인 '랩' 역시 슬립낫의 음악에서 자주 나타나는 성향이고. 멜로딕한 보컬과 글로울링, 샤우팅 등이 번갈아 나타나는 점 역시 뉴메탈의 특성이다. 

 

슬립낫에게 기괴한 면이 있다면 각 멤버들에게 0부터 8까지 숫자를 부여해 이름을 지었다는 점과, 앨범 커버나 공연에서 항상 이상한 가면을 쓰고 나온다는 점이다. 한때 '슬립낫은 실제 얼굴도 하드코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지만 요즘은 가면을 안 쓰고 나올 때도 있다던데 적어도 코리 테일러는 잘생겼다!! (별 기대를 안해서 그랬는지...) 아무튼 슬립낫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가면들은 본인들이 직접 제작한다고 한다. 

 코리 테일러(보컬). 아니 멀쩡하게 생긴 양반이..

 2010년엔 베이시스트였던 폴 그레이가 갑자기 돌연사를 했는데 그 후 슬립낫의 행보도 불투명하다. 2012년에 정규앨범이 나왔지만 신곡은 없고 예전 앨범의 베스트? 정도...코리도 싱글 앨범을 낸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슬립낫에 영입되기 전에 활동했었던 밴드 '스톤사워'로 돌아간다는 말도 있다. 뭐가 됐든 더 이상 슬립낫의 신보는 언제까지고 미정이라는 사실.

 

Silpknot, iowa, and... 

 

▲ 1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 Wait and bleed +_+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정규 1집 'slipknot'. 격렬한 사운드답게 첫 앨범부터 백 만 장 넘게 팔려나가며 미국에선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빠르고 육중한 드럼 사운드와 신나는 래핑, 그리고 짐승같은 코리의 포효(!)까지 정말 매력적인 음반이다. 마치 9마리의 잔뜩 성난 개떼를 우리 안에 가둬놓은 느낌이다. 1집은 지구레코드사가 망하는 바람에 희귀앨범이 되어버렸다(...) 그 후 유니버셜이 재발매했지만 지구레코드 앨범이 희귀가 된 이유는 9번째 트랙인 'purify'가 재발매에선 빠져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슬립낫이 첫 앨범을 냈을 때 어떤 소설가가 'purify'의 가사와 자신의 소설 대목이 똑같다는 표절 제기를 했는데, 그로 인해 재발매에선 이 곡이 누락됐다.
'wait and bleed' 말고도 'spit it out', 'Liberate', 'eyeless' 등 1집을 빛내는 곡들이 많다.

▼ 깨알같은 영화 <샤이닝> 패러디가 돋보이는 'spit it out'

 

▼ 2집  'the shape'. 육중한 드럼과 파괴적인 사운드가 특징이다.

 

iowa는 세간의 평에선 슬립낫 최고의 명반으로 쳐주곤 한다. 실제로 이 앨범은 발매하고나서 빌보드와 UK 차트에서 상위권을 기록했고, 그 뒤로 슬립낫의 인지도도 더욱 높아졌다. 'peolple=shit', 'the shape', 'left behind' 등이 대표곡이다.

그리고 3집 'Vol. 3 (The Subliminal Verses)'은 슬립낫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 앨범이었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 질서정연한 노래를 만들 줄도 알았다니...언제나 정신없이 울부짖듯 내지르는 게 슬립낫의 특색인 줄 알았는데 이 앨범은 의외로 차분하다. 차분이라고 해봤자 슬립낫의 앨범들 중에서라는 의미일 뿐 정말 차분한 건 아니지만. 그리고 이전작과는 달리 대중적인 사운드도 많이 가미되었는데, 이것은 4집에 가면 더욱 심해진다.  또한 이 앨범은 슬립낫식의 발라드 때문에 2집만큼 호평을 받진 못한다. 그래도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으라면 발라드곡인 'vermillion'을 말하고 싶다.  점점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많아도 역시 코리의 목소리는 그로울링이 아닐 때도 진가를 발휘한다.

 ▼ 누가 뭐래도 너무너무 좋은 vermillionㅠㅠㅠㅠ

슬립낫은 2008년 4집 'All hope is gone'을 낸 후에 점점 1, 2집만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솔직히 초기 앨범보단 좀 심심해진 느낌이 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개떼를 우리에 가둬둔 듯한 위협적인 사운드가 사라지고 그저그런 메탈이 되어버린 아쉬움. 게다가 3집에서 드러났던 대중성이 4집 타이틀 'psychosocial'에선 극에 달했다. 단조로운 리듬은 슬립낫에게 안어울린다. 여전히 슬립낫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앨범만큼은 자주 듣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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