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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M to M

[한국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Masquerade 
8.7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김인권, 장광
정보
드라마, 시대극 | 한국 | 131 분 | 2012-09-13

예전에 보았던 공포웹툰 중에 옹고집전을 패러디한 작품이 있었다. 패악한 남편의 부인이 남편의 손톱을 몰래 마당에 뿌려놓았더니 쥐가 그것을 먹고 남편이 되었다. 가짜남편은 진짜보다 자상하고 됨됨이가 착해 아이들과 부인에게도 잘해주었다. 부인은 갈등하다가 결국 진짜남편을 죽이고, 그 가족은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가짜 왕은 피지배층이 원하는 '진짜' 왕이다. 광기와 두려움으로 지배하는 왕이 아닌, 아랫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정치싸움을 떠나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는 그런 왕. 저잣거리에서 천민으로 살던 남자가 갑자기 왕이 되었다고 메시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좀 작위스럽지만, 탈권력주의를 지향하는 모습은 대선을 앞둔 사람들의 희망사항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 같다. 소통과 휴머니즘. 극중 도승지와 상선, 도부장은 정말 가짜를 왕으로 모시고 싶어했다. 그 정체가 남편의 손톱을 먹은 쥐든 뭐든 중요하지 않다. 즉 영화에서 가짜 왕이 행하는 정치적 결단은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연결로서 이루어진다. 전제군주 사회에서 그게 가능했을 리 없으니 이 가짜 왕은 참 현대적이다.

그런데 결국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반대파를 궁지에 몬 사람은 진짜 광해군이다. 생사가 오락가락했지만 어쨌든 정국이 혼란한 때에 잘 쉬고(...) 때맞춰 입궐해 내부의 적까지 척결. 피지배층의 우상이 되었던 가짜는 퇴장.

영화 자체가 참신한 소재가 아니고 결말까지 쉽게 예상이 가는 영화였지만 그 뻔한 스토리에서 재미를 느꼈다. 아마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는 궁중 생활의 엄숙함이 무너지는 상황. 음모가 넘치는 궁에서 왕이고 신하고 전부 다 진지한 와중에 그 긴장이 깨졌을 때의 카타르시스가 코믹을 끌어낸다. 왕의 매화틀이라든가 상선의 과거(...) 도부장의 눈물 등등.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주로 '재미와 감동을 모두 갖췄다'고 말하는데, 진부한 서사에 그만한 요소와 캐릭터의 매력까지 유지하기란 쉬운 연출이 아닌 것 같다.

사실 개인적으론 감동은 못느꼈다. 오히려 후반부에 감동을 주려고 쥐어짜는 듯한 분위기는 불편했다. 어디까지나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픽션이니까 이 영화를 통해 역사 속 광해군에 대해 뭐 달리 생각할 것도 없고..왕 빼고는 모든 사람들이 파리목숨인 궁을 이렇게 코믹하면서 묵중하게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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