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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M to M

[잡식] 봤지만 쓰지 않은 영화들

봤으니까 써야지, 하다가 결국 때를 놓쳐버린 영화들. 잠도 안오는데 몇 편만 :p

 


무서운 이야기 (2012)

7.3
감독
정범식, 임대웅, 홍지영, 김곡, 김선, 민규동
출연
김지영, 정은채, 남보라, 김현수, 노강민
정보
공포 | 한국 | 108 분 | 2012-07-25

<기담>이나 <불신지옥> 이후로 한국 공포영화에 수작이 가뭄상태라는 평이 자자하던 차에, <무서운 이야기>는 오랜만에 평단이나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액자식 플롯으로 네 개의 옴니버스가 이어진다.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당한 여고생. 연쇄살인범은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야 잠이 온다며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이미 발까지 묶어놓고 눈 앞에 칼까지 들이민 상태에서 안하면 죽일 것 같은데(...) 여고생은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건 저랑 제 동생이 어렸을 때 겪은 일인데요...."

첫번째 이야기 '해와 달'은 <기담> 감독작으로, 처음 <기담>을 봤을 때 느꼈던 쇼크가 이번에도 적중했다. 이 감독은 관객의 공포심을 천천히 끌어내는 재주가 탁월하다. 깜짝 놀라는 정도야 공포영화에선 익숙한 경험이지만 관객이 서서히 한기를 느끼고 그것을 절묘한 순간에 터뜨리는 솜씨가 참....얄밉도록 대단하다!

<기담>을 보면서 느낀 거지만 이 감독이 귀신, 혹은 무서운 존재를 어떻게 묘사하느냐가 나름의 관심사였는데 역시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택배기사 분장....아...너무 섬뜩하고 기괴해서 귀신보다 더 무서웠다. 어린 아이가 밤에 어른 없이 집에 있을 때 느낄법한 공포들을 제대로 캐치해냈다. 하지만 이런 공포는...어리지 않아도 집에 혼자 있으면 당연히 무서운 거 아닌가....이거 본 뒤 밤마다 문단속 꼭꼭 하고 자게 되었다(...)

이것을 마지막 나레이션에 "하지만 정말 무서운 일은 현실에서 일어납니다.."로 시작하며 노동시위와 연관지은 점은 이 작품의 호불호를 갈리게 했다. 어떤 사람은 뜬금없다며 아쉽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현실문제를 잘 집어냈다며 만족한다. 감독의 의도가 어떻든 공포는 현실적일수록 극대화되지 않나. 나는 이 연결이 자연스러웠다. 앞뒤없이 일방적으로 덮치는 살인마나 귀신의 존재보다, 그럴듯하고 타당할 법한 사연을 가진 존재가 나를 위협하는 게 더 무섭다. 어줍잖게 사회문제를 끼워넣으려다가 실패한 공포영화들은 많았지만 <해와 달>은 작품의 흥을 깨지 않는 수준에서 적절하게 마무리했다고 본다.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건 나레이션 그대로다. 상상보다 끔찍한 것이 현실이다. 근데 감독님 공포영화 감독이잖아요(...)

그런데 사실 이 첫번째 이야기말고 나머지 세 개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무섭지 않았다. 슬래셔 혹은 좀비물이라...<콩쥐, 팥쥐>는 배수빈 씨 연기 때문에 웃겼다는 것 정도. 배수빈 씨가 연기를 못한 게 아니라, 설정이 웃겨섴ㅋㅋㅋㅋㅋㅋ 아니 신부감 찾는데 자몽냄새는 뭐고 수박냄새가 다 뭐요...이분 요즘 드라마도 안나오시던데 뭐하시나. 좀비물이었던 <엠뷸런스>는 연출이 좋았다. 등장인물들이 다 쳐답답해서 이야기가 루즈해지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김지영 씨 연기력이 이 작품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에 큰 일조를 했다.

 


공모자들 (2012)

7.2
감독
김홍선
출연
임창정, 최다니엘, 오달수, 조윤희, 정지윤
정보
범죄, 스릴러 | 한국 | 111 분 | 2012-08-29

임창정은 사실 연기에 진지한 사람이다. 주로 코믹하고 감동적인 (혹은 저질인) 캐릭터를 주로 맡았었는데 그런 작품들을 할 때도 임창정은 진지했다. 한번은 어떤 영화에서 통곡을 하며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첫 컷부터 감독이 오케이 사인을 했음에도 욕심이 나서 다시 한번 가자고 했다는 일화. 가수로서 입지가 있다지만 연기에 있어선 생짜인 배우가 그런 요청을 하기란 어지간히 연기에 자신있지 않고선 어려운 일인데도. 근데 두번째 찍은 컷에선 오히려 첫 컷보다 못해서 개망신을 당했다고(...)

아무튼 <공모자들>은 임창정에게 여러모로 도전적인 작품이었을 것이다. 사투리부터 시작해서,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정 많은 사람. 주변 인물들은 다들 돈과 육체에 탐닉하는 살벌한 사람들인데 유독 임창정만 정이 깊다.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밀수나 장기매매를 딱히 하고 싶어서 하는 것 같진 않은데, 그렇다고 밥벌이를 하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이 일에 있어선 프로다. 하기 싫지만 궁지에 몰려서 어쩔 수 없이 하다보니 삶이 더 팍팍해지고 황폐해진 사람같다.

솔직히 정이 깊든 말든 생판 모르는 사람 납치해서 죽이는 걸 보고 기분이 안나빠질리가 없다. 그러다 막판엔 저들끼리 죽이려고 온갖 칼부림을 하는 것도 알 게 뭔가. 공모자들의 표적이 된 사람들만 불쌍하지.  

 마지막 장면은 씁쓸하다. 똑같은 공모자들 중에서도 왜 항상 돈 많고 엘리트인 사람은 끝까지 사회의 양지에서 기생하나. 이런 사람들의 인생은 임창정처럼 황폐하지도 않고 어딘가 썩은 부분도 없어보이는 게 문제다.

 


링컨 : 뱀파이어 헌터 (2012)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6.4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출연
벤자민 워커, 도미닉 쿠퍼,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루퍼스 스웰, 에린 왓슨
정보
액션, 스릴러 | 미국 | 105 분 | 2012-08-30

링컨이...그 링컨이었어....

주인공이 진짜 에이브라함 링컨이었다고 말하자 아는 사람이 "야 그거 우리나라로 치면 이승만이 벰파이어 헌터였다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 아....

아담쨔응

오락영화로 보기 좋았다. 뭐 진짜 링컨과 남북전쟁의 현실 등의 문제는 그쪽 사람들이 알아서 까겠지(...) 호감이 갔던 배우가 두 명이 있는데. 한 명은 '스피드'역을 맡았던 배우고, 다른 한 명은 벰파이어의 최종보스 '아담'역의 배우다. '스피드'는 그냥 이유없이 좋았다. 완벽하고 심지가 굳은 먼치킨같은 주인공보다 나는 이렇게 어정쩡하면서 유쾌한 역할에 더 마음이 가는 편이다. '스피드'가 딱히 인종문제나 노예문제에 깊은 뜻이 있어서 링컨을 보좌한 건 아닌 것 같다. 이런 문제에 크게 얽매여본 적도 없고, 과거가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라 링컨이 정치적 인물이 되기까지 계속 함께 있는 모습이 좀 의아했다. 아마 '스피드'가 링컨을 도운 이유는 그저 자기 가게의 점원으로 고용해 정을 쌓았고. 일련의 사건을 링컨 때문에 겪게 되는 와중에 그를 응원하다보니 거기까지 갔을 것이다. 애초에 '스피드'는 처음부터 노예든 흑인이든 편견같은 게 없는 인물이었다. 이 점이 참 흥미롭다. 인생에 큰 대의가 있는 사람보다 단순하지만 이게 더 맞는 것 같아서 목숨을 거는 사람이 더 자연스럽고 매력적이다.

'아담'역이 좋았던 이유는 그저 잘생겨서(...) 진정한 냉혈미남이다! 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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