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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Text road

[서평] 액스맨의 재즈, 세 명의 아웃사이더가 완성하는 퍼즐

[서평] 액스맨의 재즈, 세 명의 아웃사이더가 완성하는 퍼즐

 

어떤 범죄는 세월이 지나도, 아니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유명세를 얻곤 한다. 또 어떤 범인은 ‘희대의 살인마’, ‘사이코패스’, ‘잔인한 도시의 무법자’ 등 마치 전설 속 인물 같은 수사로 잊힐 만하면 회자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1918년 미국 뉴올리언스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는 도끼연쇄살인 역시 그 잔인성과 수수께끼로 남은 살해 동기, 범인의 정체 등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요소를 갖춘 범죄로, 레이 셀레스틴의 소설 <액스맨의 재즈>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어떤 가능성을 제기하며 출발한다. 범인은 왜 하필 도끼로 2살배기 어린 아이까지 죽일 만큼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을까. 여기서 펼쳐지는 수많은 상상 중 <액스맨의 재즈>는 어쩌면 꽤 설득력 있는 가정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의 매력은 연쇄살인의 전말을 밝혀 나가는 과정에 세 개의 팀이 동원된다는 점이다. 아이다와 루이스, 루카, 마이클과 케리 이 세 개의 팀이 각기 다른 출발점에서 나름의 방법을 동원하여 범인의 정체를 좁혀 나간다. 작중 한 번도 마주치지 않거나 혹은 아예 척을 진 관계이면서도, 이들은 부지불식간에 공동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보통 범인을 쫓는 장르소설에서 주인공 일행은 한 두 명 정도로 구성되고 사건의 종적도 일방향인 데 비해, <액스맨의 재즈>는 세 팀이 다양한 각도에서 사건에 접근함으로써 작가의 상상이 함의하는 메시지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예컨대 누군가는 범인의 정체를, 누군가는 사건의 배후를, 누군가는 살인의 동기를 파헤치는 식이다. 그리고 이 세 팀이 획득한 퍼즐이 한 곳에 모일 때, 독자는 퍼즐 조각이 완성한 큰 그림을 마주하며 전율할 것이다.

 

도끼, 실화, 연쇄살인 등 자극적인 단어가 흥미를 끌지만 사실 <액스맨의 재즈>에서 독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건 살인마가 아니다. 레이 셀레스틴은 살인마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묘사를 배제한 대신 주요인물의 인적배경과 1919년 뉴올리언스라는 무대 자체를 불안하게 그렸다. 아이다와 루이스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불시에 불특정한 다수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루카는 이탈리아인으로서 자신의 뒤를 돌봐주는 마피아 조직에 종속되었으며, 마이클은 같은 형사였던 루카의 비리를 고발한 뒤 동료들에게 묘한 따돌림을 받는 신세다. 1919년은 흑인 인권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한참 전의 시기이며, 뉴올리언스는 금주령 이후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활동을 시작한 근거지이기도 하다. 치안은 물론 인권감수성마저 결핍된 1919년 뉴올리언스라는 무대에서, 각자도생하며 생존하는 일조차 버거운 아이다와 루이스, 루카, 마이클은 그럼에도 살인마를 잡기 위해 불안한 줄타기를 시작한다. 이토록 위태로운 시대에 백인 중산층이 아닌 누군가 진실을 가려내려는 행위는 살인마의 잔혹한 범죄보다 더한 긴장감을 준다. 작가가 각 인물 묘사에 집요할 정도로 공을 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최종에서 도끼살인마와 마주하려면, 독자는 이 묘사에 눈을 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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